요즘엔 영화 하나 고르기도 쉽지 않더라구요
얼마 전이었어요. 딱히 볼 영화가 없던 날이었는데, 무심코 검색하다가 “2024년 흥행 영화” 목록을 발견했죠. “음... 요즘 다들 이걸 봤다고?” 싶었어요. 전 사실 유행에 무감한 편이라 최신 영화 잘 안 챙기는데, 왠지 이날은 좀 달랐달까요.
그래서 한 편을 봤고, 그게 시작이었어요. 이상하게 궁금해지는 거예요. “다른 흥행작은 또 어땠을까?” 그렇게 한 편, 두 편 보다 보니, 의외로 놓치고 있었던 영화가 많았더라고요.
이 글은요, 제가 그냥 ‘한번 볼까?’ 하고 봤다가 의외로 깊게 꽂힌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완벽한 리뷰는 아니지만, 보신 분들과 “맞아, 나도 그랬어” 하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범죄도시 – 예상보다 더 즐거웠던 통쾌함
아마 이 영화 안 본 분은 거의 없겠죠? <범죄도시> 시리즈는 사실 처음엔 안 보려고 했어요. 뭔가 너무 뻔할 것 같았거든요. 마동석 나오고, 때리고, 범인 쓰러지고, 사건 해결되고... 뭐 그런 줄 알았는데요.
근데 웃긴 게, 그게 딱 필요한 순간이 있더라고요. 퇴근하고 할 게 없어서 뒹굴거리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틀었는데 보면서 정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윤계상 배우가 나온 악역 역할, 진짜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소름돋는 캐릭터였어요. 눈빛이... 아슬아슬한 살기가 서린 날 것의 느낌이랄까.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특별한 건 스토리보다 캐릭터가 확실해서인 것 같아요. 마동석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리고 예상하던 캐릭터대로 나오는 것을 보는 만족감은 은근히 큽니다.
👻 파묘 – 무서운데도 이상하게 또 보고 싶은
공포영화 잘 못 보시는 분들 있죠? 저도요. 근데 <파묘>는 좀 달랐어요.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되더라고요. 그냥 무서운 게 아니라... 분위기가 묘했어요. 소름 끼치게 고요한 느낌? 그런 게 있더라고요.
무속 이야기, 제사, 묘 이런 게 나와서 “이거 진짜 우리 얘기네?” 싶었고,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됐는지도 몰라요.
최민식 배우야 원래 대단하니까 넘어가고, 저는 김고은 배우가 좀 새로웠어요.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이번엔 뭔가 ‘느낌 있는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사운드 말인데요. 이 영화는 무조건 이어폰으로 보세요. 진짜로. 집에서 보면 그냥 조용한 영화 같을 수도 있는데, 극장에서는 진동처럼 울리는 그 음향이 핵심이에요. 심장이 덜컥할 정도였어요.
🌍 모가디슈 & 남산의 부장들 – 묵직하게 마음에 남은 영화들
정치 얘기, 실화 영화, 전쟁 배경... 이런 영화는 보통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남산의 부장들> 예고편 보고선 “패스할까?” 했거든요. 근데 친구가 강력 추천해서 봤는데... 와, 이병헌. 이분은 정말... 뭐라 말하기 힘들어요.
장면 하나하나가 말없이 압박감이 느껴지고, 대사가 많지 않아도 표정으로 다 설명되더라고요. 그걸 느꼈을 때, ‘내가 영화를 보고 있구나’ 싶었어요.
<모가디슈>는 또 다른 쪽이에요. 빠르게 전개되는데도 서사는 놓치지 않아요. 남과 북이 같은 공간에 있고, 탈출을 함께해야 하는 그 상황. 이게 현실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가 진짜 찡했어요.
차 타고 총알 피하는 장면,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요. 그건 진짜 그냥 '경험'이었어요.
🎬 마무리 – 오래 남는 영화는 따로 있더라
영화 하나 봤다고 인생이 바뀌진 않죠. 근데... 생각이 바뀌는 순간은 오더라고요. 보고 나서 괜히 멍하게 하늘 한번 보게 되고, 혼자만의 생각이 길어지는 영화. 그런 게 진짜 영화라는 생각, 요즘 자주 하게 돼요.
<범죄도시>처럼 속 시원한 영화도 좋고, <파묘>처럼 끝내고 나서도 묘하게 떠오르는 영화도 좋고, <모가디슈> 같은 영화는 그 장면 장면이 마치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혹시 위 영화들 아직 못 보셨나요? "최고의 명화다" 이렇게 말씀은 못드립니다. 하지만,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시작한 영화가 기억에 오래 남는 경우 있죠? 그만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영화들 입니다. 꼭 대단한 걸 기대하진 않았는데, 묘하게 꽂히는 순간. 이번 주말엔 그런 영화 한 편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