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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심할 때 보기 좋은 넷플릭스 영화

by 모모의 노트 2025. 6. 3.

가끔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보내고 싶을 때 있잖아요. 일도 귀찮고, 밖에 나가는 건 더 싫고. 딱히 피곤한 것도 아닌데 뭔가 재미있는 게 당기지 않는 그런 날. 그럴 땐 침대에 기대 앉아서 넷플릭스를 켜놓고 멍때리고 있곤 합니다. 근데 그게 문제죠. 저는 뭐 볼지 정하는 데 시간을 다쓰다 꺼버리는 경우도 많거든요.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해, 2025년 현재 기준으로 심심한 날 아무생각없이 보기 좋은 넷플릭스 영화를 정리해봤어요. 장르도 너무 무겁지 않고,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자극은 좀 덜한 작품들 위주로 골랐습니다. ‘시간 보내기’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기분 전환에 딱 맞는 영화들입니다.

 

<페일 블루 아이> – 미스터리 속 차가운 여운

페일 블루 아이 영화포스터

이 영화는 눈 내리는 분위기만 봐도 뭔가 차분해져요. 조용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라서 딱 집중하고 싶을 때 보기 좋아요. 19세기 미국 웨스트포인트, 군사학교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그리고 이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와, 그의 곁을 따라다니는 낯선 조수. 여기서 조수가 바로 '에드거 앨런 포'예요. 실제 인물인데, 젊은 시절 설정으로 등장해서 약간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라고 보면 돼요.

이 영화는 전개가 느리지만 지루하진 않아요. 잔잔하게 뭔가를 숨기듯 던져주고, 그 단서들이 뒤늦게 맞춰지면서 소름이 살짝 올라오는 구조예요. 크리스찬 베일의 무표정한 얼굴과 잿빛 배경이 묘하게 잘 어울려서 심심한 날 보기엔 꽤 감정 몰입이 되는 작품이에요.

무서운 장면이 나오진 않는데, 이상하게 봤다 싶으면 며칠 뒤에 생각나더라고요. ‘아 그 장면, 그때 왜 그렇게 나왔을까’ 하는 식으로요. 그 잔상이 길게 남는 영화입니다.

 

<더 기프트> – 평범함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더 기프트 영화포스터

처음엔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친구를 다시 만난 부부, 조금 이상하지만 어색하지는 않은 관계. 근데 이상하죠. 그 관계가 계속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 '이상한'이란 감정이 '무서운' 감정으로 변하게 돼요.

<더 기프트>는 그런 식으로 불안을 키우는 영화예요. 뭔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게 없이 그냥 계속 기분이 나빠지는 구조랄까요. ‘이 사람이 왜 이러는 걸까’,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걸 따라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답이 나오기 시작해요. 그런데 그 답이 또 매우 찝찝한 감정이 듭니다.

이 영화는 대사보다 분위기가 핵심이에요. 카메라 움직임도 조용하고, 음악도 자극적이지 않아서 방심하고 보다보면 어느순간 긴장을 느끼는 순간이 나오게 돼요. 오히려 그런게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심심해서 틀었는데, 어느새 몰입해 있는 느낌. 보다 보면 ‘왜 이렇게까지 불편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있어요.

게다가 이 영화는 결말까지 가면 ‘그랬구나’보다 ‘어떻하지’가 먼저 나와요. 여운이 진짜 오래 가요.

 

<그녀의 조각들> – 감정의 속도 따라가기

그녀의 조각들 영화포스터

말 많고 복잡한 영화 말고, 그냥 감정 흐름 따라가면서 조용히 보고 싶은 날. <그녀의 조각들>은 딱 그런 영화예요. 바네사 커비의 연기가 진짜 뛰어나서 한마디 없이도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많아요.

이 영화는 초반부터 약간 충격을 줘요. 하나의 장면이 20분 가까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데, 거기서 이미 몰입이 돼버려요. 출산이라는 민감한 상황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정말 현실적으로 보여줘요.

이후엔 특별한 사건 없이, 여자의 감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따라가는 구조예요. 슬프다기보다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지켜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더 오래 남고, 혼자 조용히 보기 좋아요.

배경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잿빛인데 그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요. 오히려 그 회색 분위기 안에서 감정 하나하나가 더 선명해 보이거든요. 보다 보면 내 기분도 정리되는 듯한… 묘한 위로가 있는 영화입니다.

 

결론: ‘심심할 때’가 영화 보기 제일 좋은 타이밍

심심하다는 건 어쩌면, 마음 한쪽에 여백이 생겼다는 뜻 아닐까요? 그 여백을 아무 의미 없는 콘텐츠로 채우는 것 보단 이런 영화 한 편으로 기분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페일 블루 아이>처럼 분위기에 젖어들 수도 있고, <더 기프트>처럼 기분 좋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그녀의 조각들>처럼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겨볼 수도 있죠.

넷플릭스엔 생각보다 그런 영화가 많아요.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 남는 영화들. 잠깐의 여유 시간, 그 한 편이 오늘 하루 기분을 바꿔줄 수도 있습니다. 특별한 계획 없는 날, 그 조용한 틈 사이에 슬쩍 틀어보세요. 좋은 영화는 늘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